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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Insight_24] 쫀득함에 줄 서는 사람들, 2030 세대의 '떡 열풍'

  •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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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아침 아홉 시, 비가 쏟아지는 전통시장 골목에 우산을 접어 든 젊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이들이 기다리는 건 송편도 인절미도 아닌 ‘피자설기’다. SNS에서 맛있다는 후기를 보고 반차까지 쓰고 찾아왔다는 28세 직장인은 몇 시간을 기다리더라도 꼭 먹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떡집 앞 풍경이 이렇게 바뀔 줄 누가 알았을까. 떡은 명절이나 잔칫날, 혹은 이사 가는 날에나 맞춰 먹는 음식이었다. 지금은 “오늘 떡 먹으러 가자.”가 데이트 코스이자 주말여행의 목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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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생성 이미지
 

어느 날 저녁 식사를 하다가 TV에서 리포터가 전하는 요즘 세상의 소식에 눈이 간다. 떡이 인기란다. 그중에서 피자 토핑을 한 백설기 떡인 ‘피자설기’에 2030 세대가 열광한다는 소식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가족이 모두 재미있게 보고 있던 인기 예능프로그램도 이전 시즌과는 다르게 갑자기 멤버들이 떡집을 차리고 손님을 맞는 콘셉트였다. “왜 갑자기 떡집?”이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결국은 이게 모두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였나 보다. 어쩐지 주변의 청년들과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떡과 관련된 이야기가 몇 달 전부터 들리기도 했는데, 이게 다 떡이 새로운 먹거리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모양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니 최근 떡 열풍의 현상을 그냥 ‘떡이 인기’라는 식으로 정리하는 것은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떡집 앞에 줄을 서는 사람들, 그 줄을 만든 알고리즘, 줄의 끝에서 떡을 파는 사람들까지 한꺼번에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현상의 속을 조금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지금, 떡집 앞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먼저 신조어부터 정리해 보자. 우선 가장 많이 언론에서 언급되는 말은 ‘떡지순례’이다. 떡과 성지순례를 합친 말로, 전국의 유명 떡집을 찾아다니는 행위를 뜻한다. 빵집을 찾아 도시를 옮겨 다니는 ‘빵지순례’의 떡 버전인 셈이다.

‘떡픈런’이란 말도 생겼다. 떡과 오픈런의 합성어로, 매장이 문을 열기 전부터 줄을 서서 입장하는 것을 말한다. ‘떡케팅’은 떡과 티켓팅을 합친 말로, 온라인 판매가 열리자마자 클릭 전쟁을 벌여 떡을 구하는 일이다. 

위의 3개 단어는 사실 같은 현상의 3가지 단면이다. ‘오프라인에서 찾아가고(떡지순례), 새벽부터 기다리고(떡픈런), 온라인에서 선점 경쟁을 한다(떡케팅)’는 떡 열풍의 현상 말이다.

최근 떡 열풍의 중심에는 광주의 한 떡집이 있었다. 호박인절미로 유명한 ‘창억떡’이다. 구독자 77만여 명의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이 호박인절미를 소개한 것을 계기로 떡픈런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일보 보도에 따르면 평일 아침부터 긴 대기 행렬이 이어졌고, 대전이 성심당을 중심으로 빵지순례 도시가 되었듯 광주도 창억떡을 계기로 떡지순례의 거점이 되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지역 떡집이 도시의 관광 자원으로까지 거론되는 것이다.

최근 가장 뜨거운 품목은 누가 뭐라 해도 피자설기다. 백설기 위에 토마토소스와 치즈, 페퍼로니를 얹은, 밀가루 도우 대신 쌀떡의 쫀득함을 살린 퓨전 떡이다. 부산의 한 떡방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인천 부평종합시장 같은 전국 골목 상권으로 번졌고, 부평시장의 한 떡집은 출시 두 달여 만에 하루 판매량이 200개에서 최대 6,000개로 30배 늘었다. 

블로그에서 ‘떡지순례’를 언급한 게시글도 올해 1월 87건에서 지난달 254건으로 약 3배 늘었다. 검색 관심도도 마찬가지다. 구글 트렌드에서 피자설기 검색 관심도는 최근 한 달 사이 9에서 98까지 치솟았다. 그야말로 수직 상승이다.

대형 유통업계도 이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는 전국 유명 떡집을 한데 모은 ‘떡지순례’ 팝업이 열렸고, 창억떡 행사에는 1만 명이 방문했다. GS25는 프리미엄 떡 브랜드와 협업한 요거트 찹쌀떡을 내놓아 출시 전 테스트 물량을 완판시켰고, 현대그린푸드의 ‘단호박 인절미 생식빵’은 기존 제품보다 50% 비싼데도 매달 6,000개씩 팔리며 베이커리 매출 1위에 올랐다. 떡이 빵과 만나고, 편의점과 만나고, 백화점 팝업으로 올라간 셈이다.

이 열기를 잘 보여준 장면이 있다. 올해 3월 방송된 한 인기 유튜브 예능에서 제작진이 버터떡을 사려고 줄을 서고, 관악산 등산에도 줄을 선다는 MZ 유행을 소개하자, 진행자 유재석 씨가 이를 재치 있게 받아쳤다. 한 뉴스레터는 이를 두고 “웨이팅 is MZ Life”라는 제목을 붙였다. 젊은 세대에게 웨이팅은 이제 불편함이 아니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되었다. 기다림 자체가 콘텐츠이고, 그 기다림 끝에 받아 든 떡 한 팩이 인증샷이 된다.


그럼 이 떡 열풍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최근의 떡 열풍은 올해 갑자기 터진 유행이라고 보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 열풍의 뿌리는 꽤 깊다. 

2024년 2월 경향신문 기사만 봐도 떡픈런, 떡케팅, 떡지순례라는 신조어가 이미 생겨나 있었고, 새벽부터 사람들을 줄 세운 익산농협의 생크림 찹쌀떡은 온라인 판매가 몇 분 만에 완판될 정도로 떡케팅이 치열했다. 즉 ‘떡의 디저트화’는 몇 해 전부터 서서히 진행되고 있었고, 올해 그것이 대중적 임계점을 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시장 통계도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국가데이터처 통계에 따르면 국내 떡류 판매액은 2018년 5,641억 원에서 2024년 9,291억 원으로 6년 새 약 65% 늘었고, 제과·제빵 시장 내 점유율도 10%를 넘겼다. 폭발적 유행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시장은 꾸준히 커지고 있었던 것이다. 불이 번진 이유는 불씨가 아니라 마른 장작이 충분히 쌓여 있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그럼, 열풍의 기초가 되었던 마른 장작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크게 나누어 보자면 4개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떡이 ‘디저트’로 재정의된 점이다. 전통 떡은 곡물을 찌고 빚는 기술에 기대지만, 요즘 인기 떡은 재료의 조합에서 승부한다. 기존 떡에 초콜릿, 생크림, 카스텔라 가루 같은 현대적 디저트 재료를 더한 새로운 떡이 등장하면서 떡을 즐기는 젊은 소비자가 빠르게 늘었다. 카스텔라 고물을 입힌 호박인절미, 과일을 떡으로 감싼 모찌, 버터를 넣은 떡, 피자 토핑을 올린 설기까지, 모양과 맛이 젊은 세대가 익숙한 디저트 문법으로 번역된 것이다. 떡이라는 이름만 같을 뿐,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범주는 ‘전통 음식’이 아니라 ‘힙한 디저트’에 가깝다.

둘째, 떡과 관련된 물류가 바뀌었다. 광주의 한 시장 떡집이 전국구 브랜드가 된 배경에는 공영홈쇼핑을 시작으로 마켓컬리, 쿠팡 프레시 같은 콜드체인 물류 시스템을 갖춘 플랫폼에 일찍 입점한 것이 있었다. 떡은 쉽게 굳고 상하기 쉬운 음식이라 오랫동안 동네 장사라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했다. 냉동 물류와 새벽 배송이 이 한계를 허물었고, 덕분에 전국의 소비자가 지역 떡집의 맛을 미리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경험이 쌓이면 사람들은 “갓 나온 걸 먹으러 본점에 가보자!”라는 마음을 먹게 된다. 택배로 접한 맛이 현장 방문 욕구를 키우는 선순환이다.

셋째, 플랫폼과 알고리즘이다. 이번 열풍에서 유튜브와 SNS는 광고판이 아니라 점화 장치였다. 유명 유튜브 채널이 본점을 직접 찾아가 호평한 영상이 MZ세대 사이에서 화제가 되며 떡지순례의 트리거가 되었고, 아이돌과 밴드 멤버가 콘서트나 예능에서 이 떡을 언급한 것도 수요를 키웠다. 한 번 터진 콘텐츠는 후기 영상과 블로그 글, 인스타그램 릴스로 복제되며 알고리즘을 타고 더 많은 사람에게 닿는다. 넷째, 먹거리 트렌드의 ‘바통 터치’ 구조다. 최근 몇 년의 디저트 유행은 한 품목이 지면 다음 품목이 이어받는 방식으로 흘러왔다.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와 버터떡이 먼저 달궈놓은 쫀득한 식감에 대한 열광이 창억떡과 피자설기로 옮겨붙었다. 여기에 대전의 성심당이 만든 빵지순례라는 성공 공식이 있었다. 지역의 명물 가게를 찾아가는 문화가 이미 검증되어 있으니, 떡은 같은 문법을 가져다 쓰기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2030 세대의 떡 열풍을 물류와 알고리즘만으로 다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같은 조건에서도 어떤 유행은 확산되고 어떤 유행은 잦아든다. 여기에서 의문이 든다. 왜 하필 떡이었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은 심리적 요인이 작용하지 않았나 한다.

① '쫀득함'이라는 감각의 보상

최근 몇 년간 디저트와 외식 시장의 키워드는 맛 자체보다 식감이었다. 외식업계는 독특한 식감이 새로운 외식업 트렌드로 떠올랐다고 보고, 유통업계도 식감을 강조한 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식감 경쟁'에 가세했다. 쫀득하고 말캉하고 찰진 질감은 먹는 순간의 즉각적인 만족을 준다. 화면 속에서 하루 종일 시각 정보에 시달리는 세대에게 입안의 촉각은 비교적 단순하고 확실한 쾌감이다. 숏폼 영상 속 '쭉 늘어나는 떡', '갈라지는 단면'이 이 쾌감을 눈으로도 미리 느끼게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식감 중심의 디저트는 영상으로 전달하기 좋은 음식이기도 하다.

② 지불 가능한 선에서의 자기 보상

세계일보는 이번 열풍을 한국인 입맛에 익숙한 떡이 지불 가능한 선에서의 자기 보상 심리와 만난 결과로 분석했다. 집값, 물가, 취업과 같은 큰 변수 앞에서 거창한 소비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 대신 몇천 원에서 만 원 안팎의 작은 사치가 일상의 보상 수단이 된다. 이른바 '스몰 럭셔리', '소확행'의 연장선이다. 떡은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으면서도 '내가 오늘 한 가지 잘한 일'을 만들어주는 소비재다. 줄 서서 어렵게 구한 떡 한 팩은 그 자체로 작은 성취감을 준다.

③ 낯설지 않은 새로움, '할매니얼'의 안전함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이라는 말이 있다. 할머니 세대의 취향이 젊은 세대에게 힙한 문화로 소비되는 현상이다. 아이뉴스24의 현장 르포는 이를 '할매입맛'이라고 표현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취향이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는 것이다. 젊은 세대는 떡을 어린 시절 명절과 가족의 기억 속에서 이미 알고 있다. 거기에 치즈, 버터, 초콜릿 같은 익숙한 디저트 재료가 얹히면 '낯설지만 거부감 없는' 새로움이 만들어진다. 완전히 새로운 음식은 실패할 위험이 있지만, 익숙한 음식의 변주는 실패 확률이 낮다. 불확실성이 큰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새로움을 원하면서도 안전한 새로움을 고른다. 떡은 이 조건을 정확히 충족한다.

④ 기다림의 놀이화와 경험 소비

'웨이팅 is MZ Life'라는 표현이 말해주듯, 줄 서기는 이제 비용이 아니라 경험의 일부가 되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구한 떡은 맛 이상의 서사를 가진다. 어디서, 몇 시간을, 누구와 기다렸는지가 이야기가 되고 인증이 된다. 여기에는 'FOMO'(놓치는 것에 대한 불안)도 작동한다. 모두가 후기를 올리는 상황에서 나만 모르면 대화에서 소외될 것 같다는 느낌이 소비를 촉진한다. 동시에 희소성은 가치를 높인다. 쉽게 살 수 있는 떡보다 구하기 어려운 떡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건 인간 심리의 오랜 특성이다. 이 대목에서 떡픈런과 떡케팅은 하나의 게임이 된다. 이기면 쟁취의 만족을, 져도 다음 도전의 동기를 얻는다.

⑤ 지역과 로컬을 향한 호기심

떡지순례는 곧 지역 여행이기도 하다. 광주의 호박인절미, 대구의 꿀떡처럼 지역마다 떡지순례 코스로 언급되는 대표 주자가 있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동네 장인'의 가게에서 줄을 서는 경험은 획일화된 도시 소비에 지친 젊은 세대에게 진정성 있는 경험으로 다가온다. 전통시장 골목을 걷는 일이 하나의 레저가 되는 것이다. 서울에서 광주까지 떡 하나를 먹으러 간다는 행위가 '이상한 일'이 아니라 '요즘 사람들의 여행법'으로 받아들여진다.

정리하면, 떡 열풍은 쫀득한 식감이라는 감각적 매력, 지갑 사정에 맞는 자기 보상, 익숙함 속의 새로움, 웨이팅을 놀이로 만드는 경험 소비, 로컬 여행의 욕구가 한 지점에서 겹친 결과다. 이 다섯 가지가 동시에 충족되는 소재는 흔치 않다. 떡이 선택된 데에는 이런 우연이 아닌 구조적 이유가 있다.

4. 앞으로의 전망: 오래갈까, 지나갈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결국 이것이다. "이 열풍, 오래갈까?"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판단의 근거는 정리해볼 수 있다.

낙관의 근거는 이미 시장에 있다. 앞서 본 대로 떡류 시장은 유행 이전부터 꾸준히 성장해왔다. 1조 원대를 바라보는 떡 산업이 이 열풍과 함께 지각변동을 맞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쌀 소비 촉진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쌀 소비가 줄어드는 시대에 쌀을 원료로 한 디저트가 젊은 층에 팔린다는 사실은 의미가 크다. 베이커리와 편의점, 카페까지 떡 소재를 흡수하고 있어 '품목'이 아니라 '재료'로서의 떡이 자리를 잡을 가능성도 있다. 전통 방식의 떡과 퓨전 떡이 공존하는 중장기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늘도 분명하다. 이코노미스트는 떡집 앞 대기 인파가 인근 청과·채소 점포의 동선을 막아 상인 간 갈등이 불거지고, 화제성 높은 일부 퓨전 브랜드로만 소비가 쏠려 명절·경조사에 의존해온 영세 전통 떡집의 폐업률은 최근 5년간 15%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 수치는 해당 기사의 인용이므로 게재 전에 원출처를 한 번 더 확인하길 권한다.) 어쨌든 방향성은 분명하다. 열풍의 혜택은 '인스타그래머블한 소수'에게 집중되고, 전통 떡집 전반이 같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유행은 평균을 올리지 않고 분산을 키운다.

전문가들의 시각도 신중하다. 세계일보 기사에 따르면 한 전문가는 이번 현상을 전통·레트로의 부활이라기보다 퓨전 디저트의 순환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해석이 중요하다. 만약 이것이 '전통의 재발견'이라면 장기적 뿌리가 있겠지만, 퓨전 디저트의 한 사이클이라면 다음 소재가 나타나는 순간 열기는 옮겨간다. 탕후루에서 두쫀쿠로, 버터떡으로, 피자설기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면 후자의 가능성도 결코 낮지 않다.

필자가 보는 시나리오는 세 가지다.

첫째는 '안착형'이다. 떡이 일시적 아이템이 아니라 디저트 시장의 한 카테고리로 정착하는 경우다. 열기는 식어도 20~30대의 소비 습관은 남아, 평일에도 동네 떡집에 들르는 사람이 늘어난 상태로 균형을 찾는다. 가장 이상적이지만, 품질과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가능하다.

둘째는 '순환형'이다. 피자설기 같은 개별 품목의 열기는 몇 달 안에 식고, 소비자의 관심은 또 다른 식감 디저트로 넘어간다. 다만 떡 자체의 인지도와 호감은 이전보다 높아진 상태로 남는다.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보인다. 일부 브랜드는 살아남고, 대다수 모방 상품은 사라진다.

셋째는 '과열 후 피로형'이다. 비슷한 아이템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웨이팅과 가격에 대한 불만이 쌓이며, '떡은 이제 질렸다'는 반응이 나오는 경우다. 이 경우 유행의 하락 폭이 클 수 있고, 전통 떡집까지 부정적 이미지를 떠안을 위험이 있다. 한때 폭발적이었던 업종이 과포화 끝에 급격히 위축된 사례는 한국 외식업에서 드물지 않았다.

어느 시나리오로 가느냐는 결국 몇 가지 변수에 달려 있다. 하나는 품질의 일관성이다. 대량 생산과 대량 판매가 이어지면서도 '본점의 맛'을 유지할 수 있는가. 다른 하나는 가격이다. 화제성에 편승한 과도한 가격 인상은 '지불 가능한 자기 보상'이라는 열풍의 근간을 흔든다. 마지막은 지역 상권과의 공존이다. 웨이팅이 지역 상인에게 민폐가 되기 시작하면 로컬 순례의 낭만은 빠르게 식는다.

조사 관점에서 앞으로 눈여겨볼 지표를 덧붙인다. 첫째, '재방문·재구매율'이다. 처음 줄을 서는 사람은 많아도 두 번째 줄을 서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가 유행과 정착을 가른다. 둘째, 평일 일상 소비로의 이동이다. 이벤트성 소비에서 편의점·동네 떡집·카페 같은 일상 채널로 구매가 이동하는지를 봐야 한다. 셋째, 소셜 언급량의 성격이다. 단순 인증 중심의 언급이 줄고 맛과 가격에 대한 비교 평가가 늘어나면 시장이 성숙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마치며: 떡은 줄 서는 음식이 아니라 오래 먹는 음식이었다

떡은 원래 줄 서서 먹는 음식이 아니었다. 이웃과 나누고, 집안의 경사에 올리고,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생각날 때 꺼내 먹는 음식이었다. 지금 우리가 보는 열풍은 그 떡이 젊은 세대의 감각과 만나 새로운 옷을 입은 모습이다. 쫀득한 식감과 작은 사치, 익숙한 새로움과 기다림의 놀이, 그리고 지역을 향한 호기심이 한꺼번에 떡집 앞 줄에 서 있다.

유행은 지나가기 마련이다. 다만 이 열풍이 남기는 것이 무엇인지는 지금부터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 줄이 사라진 뒤에도 동네 떡집이 살아남고, 젊은 세대가 떡을 '일상의 디저트'로 계속 찾는다면 이번 열풍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반대로 소비가 일부 브랜드에만 몰렸다가 빠르게 식는다면, 전통 떡집만 더 어려워진 채 다음 유행이 시작될 수 있다.

그러니 지금 떡집 앞에 선 줄을 볼 때는 '얼마나 길까'보다 '그 줄이 끝난 뒤에 무엇이 남을까'를 같이 물어봤으면 한다. 떡 열풍이 우리에게 던지는 진짜 질문은 아마 거기에 있을 것이다.


_ 박규상_사회정보학 박사/(주)조사연구컨설팅#올림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