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Insight] 지금 이 순간, 나를 완성하는 마법인 ‘적시소비’작년 연말, 지인이 출간한 책의 삽화 전시회와 낭송회가 있다고 해서 겨울바람이 차갑게 불던 날 성수동에 다녀왔다. 요즘 가장 핫하다는 거리 구경도 할 겸 눈여겨보고 있었던 카페에도 들려 시그니처 음료도 한잔 마실 겸 들른 성수동 거리는 좌우 어느 곳에 눈을 두더라도 팝업스토어(이후 팝업)의 경연장이었다. 그 팝업 앞에는 추운 바람을 맞아가면서도 긴 줄이 이어져 있었다.이미 몇 해 전부터 성수동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소비의 거리가 아니다. 가히 ‘팝업의 거리’라도 불러도 좋을 정도이다.과거의 매장이 ‘상시 운영’을 통해 고객이 언제든 오길 기다렸다면 성수동의 팝업은 짧게는 3일, 길게는 2주 정도의 기간만 운영하고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이런 팝업 운영을 위해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만 해도 억 단위의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기도 하는데, 팝업을 마련하고 싶은 희망 기업은 줄을 잇는다.최근 한 뷰티 브랜드는 성수동 팝업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전용 굿즈와 커스텀 제품을 선보였는데, 소비자들은 오직 그 기간, 그 장소에서만 허락된 ‘나만의 조합’을 갖기 위해 2~3시간의 대기도 기꺼이 감수했다는 뉴스도 있었다.이 뷰티 브랜드의 팝업을 방문한 사람은 사실 뷰티 제품이 아니라 어느 뮤지컬 넘버의 가사처럼 ‘지금, 이 순간이 내 모든 걸’ 걸만한 가치를 사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아낌없이 투자한 건 아닐까.그래서인지 마치 성수동의 팝업은 현대 사회의 새로운 ‘지금, 이 순간’의 소비 심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현대의 소비자, 특히 Z세대는 사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다음 주에 가서 사야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주 일요일에 팝업이 끝나니까 지금 가야 해!”라고,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사라질지도 모르는 가치가 있다면 이를 손에 넣기 위해 과감히 투자한다. 이런 모습은 마치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되는 주식 투자가들인 느끼는 ‘기회 손실’에 대한 두려움에서 오는 행동처럼 보이기도 한다.그러다 보니 성수동의 팝업 거리는 “나중은 없고, 지금만 있을 뿐!”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거리가 된 듯하다.이처럼 미래의 불확실한 행복을 위해 현재의 욕구를 억누르기보다는 지금 내가 필요로 하고 나를 즐겁게 하는 것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성수동은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그리고 이런 소비 트렌드를 일컫는 ‘적시소비(適時消費, Just-In-Time Consumption)’라는 단어도 함께 주목을 받고 있다. 적시소비는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사라질 경험, 시간, 감정을 소비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즉, 소유보다 체험과 감정, 순간의 경험에 가치를 두고, 한정된 시간이나 기회,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는 소비성향을 표현하는 용어이다.특히 Z세대는 이 적시소비 트렌드의 중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국내 20대 전문 연구기관인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2025년 10월 29일 공개한 『Z세대 트렌드 2026』를 통해 Z세대가 이끄는 2026년 6개의 트렌드 키워드를 선정했는데 적시소비도 그중 하나로 선정되었다는 것만 보아도 적시소비에 미치는 Z세대의 영향력을 알 수 있다.그럼 과연 현재 우리 사회의 적시소비는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을까?* AI생성 이미지우선 가장 먼저 ‘시간과 경험 중심의 소비’의 특징이다. 오래 가질 수 있느냐보다 지금 느낄 수 있느냐, 지금 참여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그래서 주어진 시간에 얼마나 농축된 즐거움과 경험을 채울 수 있는지가 선택의 기준이 된다. 두 번째 특징은 ‘희소성과 한정성 중시’이다. 소비자들은 “이번 시즌 한정”이나 “오늘만의 경험”이라는 키워드을 내세운 한정판 굿즈, 시즌성 콘텐츠, 계절별 이벤트, 팝업 등에 이끌려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요소에 민감하게 반응한다.세 번째 특징은 ‘FOMO NOW의 심화’라고 할 수 있다. 흔히 포모라고 불리는 FOMO(Fear Of Missing Out)은 타인에 비해 뒤쳐질까 두려워하는 마음을 말하는데, 유행을 놓치면 혼자 도태될지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이 소비사회의 이끌어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Z세대는 이와 반대로 FOMO NOW(Fear Of Missing Out NOW)를 중시한다. 타인과 비교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지금이 아니면 온전히 느끼지 못하는 감각이나 경험을 놓칠까 봐 불안해하는 마음을 더 피하고 싶다는 뜻이다. 그런데 적시소비 트렌드를 받아들일 때 고려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적시소비의 소비 심리와 사회적 의미가 사실 지금 시점에서 갑자기 툭 하고 튀어나온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성수동 팝업 거리가 주목을 받으면서 적시소비도 화제가 되긴 했지만, 그 이전부터 적시소비 경향성은 조금씩 우리 사회 전반에 나타나고 있었다. 예를 들어 뮤지컬을 비롯해 클래식 음악회나 대중가수의 공연, FRIEZE나 Kiaf와 같은 미술 전시회 등 문화예술 분야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열광적인 소비를 하는 모습은 이미 나타나고 있었다.하지만 문화예술의 소비는 그 자체가 공연이나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이 아니면 사라질 경험, 시간, 감정을 소비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이를 따로 특별히 소비사회의 트렌드로 생각하지는 않았을 뿐이다.그렇다면 2025년부터 주목을 받아 2026년에 꽃을 피우리라고 예상되는 적시소비는, 문화예술 영역에 보이던 소비 형식이 영역을 넘어 상품, 관광, 여행, 체험, 스포츠, 콘텐츠 등의 영역과 크로스오버되는 양상을 보이는 셈이다. ‘지금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미술 전시회, 여행 상품, 친구와의 추억, 핫플레이스 탐방, 유명 셰프의 요리 등의 유혹은 아마 점차 더 세력을 넓혀 나갈 것이 분명하다.그런데 가만 보자.요즘 연일 뉴스에까지 등장하는 두바이쫀득쿠키(두쫀쿠)의 열풍도 과연 적시소비의 사례가 될 수 있는 걸까.타인에 뒤처지기 싫어서 너도나도 두쫀쿠 유행을 쫓는 모습을 보면 적시소비와는 다른 듯한데, 또 이 유행도 이전 두바이초콜릿처럼 지금이 아니면 즐기지 못하는 한때 지나가는 것이라고 여기는 소비라면 적시소비에 해당할 듯도 하고….그러니까 두쫀쿠 열풍은 FOMO일까, 아니면 FOMO NOW일까? 생각해볼 일이다._ 박규상_사회정보학 박사/(주)조사연구컨설팅#올림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