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Insight는 주목할 만한 사회와 시대의 흐름을 다양한 관점에서 함께 풀어내는 칼럼입니다. 격주로 여러분과 만나볼 칼럼 Trend Insight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외로움의 진화_ ①관계의 피로에서 벗어나기혼자 여행을 가는 혼행, 혼자 식사를 하는 혼밥, 혼자 영화를 보는 혼영,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 누군가와 어울려도 즐겁긴 하지만,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은 용어로 자리 잡은 표현들이다. 이전에는 등산이나 여행, 식사와 음주 역시 타인과의 관계를 위한, 그리고 관계를 통해 즐거움을 추구하는 활동이었지만 이제는 다양한 의미를 지닌 활동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타인과의 관계로 인한 피로감이 한몫한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2024년 발표한 <2024 ‘나 홀로 활동’, ‘나 홀로 공간 관련 조사> 결과를 보면,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한가?’라는 물음에 ‘필요하다’라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2018년 78.8%에서 2024년 81.1%로 증가했다. 특히 20대의 응답자 비율은 87.2%에 달했다. 이런 흐름은 우리와 가까운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 하쿠호도생활종합연구소의 <홀로 의식과 행동 조사 : 1993년과 2023년 비교데이터 보고서(ひとり意識・行動調査: 1993年/2023年比較データ集)>를 보면, ‘혼자 있는 것이 좋다’는 응답이 1993년 43.5%에서 2023년에는 56.3%로, ‘혼자 행동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49.5%에서 60.0%로 증가했다.하쿠호도생활종합연구소 <홀로 의식과 행동 조사> 조사결과 *출처: 博報堂生活硏究所, ‘ひとり意識・行動調査’, 2024 *image:‘Reading book’ by Vectors Market from Noun Project 혼자만의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를 원하는 이유는 타인과 함께 하는 시간이 스트레스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웩스너(Wexner) 의료센터와 의과대학이 2024년 10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6%는 휴가 기간에도 혼자서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56%가 혼자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는 것이 정신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사실 외로움은 타인과의 관계, 사회의 관심과 인정, 그리고 자신에 대한 이해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이전보다 더 낮아진다고 느낄 때 울리는 경고 알람의 정서라 할 수 있다. 가족에게 사랑받지 못한다거나, 직장 상사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거나 동료들과 함께 하는 업무에서 소외되는 느낌이 들거나, 친구들과의 대화가 겉돌고 있다고 느낄 때도 알람이 울린다. 이렇듯 외로움은 관계의 결핍에서 발생하는 정서이니 이 결핍을 빠르게 채우기 위해서 우리는 홀로 되는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외로움은 인류가 홀로 될 때 존재의 위기를 느끼면서 경험했던 공포의 산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세상은 바뀌었다. 관계가 여전히 중요하긴 하지만, 혼자가 된다는 것이 더는 생존의 문제가 되지도 않는 시대가 되었다. 함께 있어야 생존에 안전한 시대는 이미 오래전의 일이 되었고, 인간이 소속되어 안전감과 행복감을 느끼는 집단도 의미와 성격, 종류도 다양해졌다. 행복감을 부여하던 집단도 가족을 벗어나 친구, 지역, 동료, 지인의 범위로 넓어지다가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취미와 취향이 같은 사람들과의 관계로까지 넓어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관계를 맺는 사람과 집단 너무 많아지게 되었고, 관계의 횟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관계의 피로’라는 현상이 발생했다. 관계의 범위와 양이 증가하면서 그로 인해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관계의 밀도’를 중요시하게 경향도 보인다. 백 명의 친구가 아니라 한 명의 진정한 절친이 나의 외로움을 달래는 시대의 도래.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스마트폰의 전화번호 목록을 수시로 정리하곤 한다. 사회조사기관인 한국리서치가 2024년 12월 26일 공개한 <2024 인간관계 인식조사> 결과를 봐도, 관계로 인한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 51%, 불안함과 두려움을 경험했다는 사람이 29%에 달해 우리 사회 전반에 관계의 피로를 벗어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분명 타인들과의 관계는 여전히 중요하고, 인생의 즐거움과 행복도 인간관계에 의존한다. 그래서 혼자만의 상태를 의미하는 고독과 혼자이기 때문에 느껴지는 외로움을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것과 지나치게 많은 연결이 존재하는 그야말로 ‘초(超)연결시대’에 살아가다 보니, 관계에서 잠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오롯이 자신만을 돌아보고 싶은 것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욕구이기도 하다._ 박규상_사회정보학 박사/(주)조사연구컨설팅#올림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