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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Lounge_21] 리서치업계의 허리가 끊어지고 있다?!

  •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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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함께 리서치업계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만나면 종종 이런 얘기가 나온다. 

“예전에 같이 입찰에 참여했던 회사들이 요즘 잘 보이지가 않아요.”

“그 많던 중견 리서치회사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요.” 

처음에는 그저 몇몇 사람들의 체감이나 소문 정도로 넘길 수도 있었지만, 이 이야기가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서 그리고 여러 자리에서 반복해서 들리기 시작하니 어느 순간부터 “혹시 이게 정말 업계 전체에서 일어나고 있는 흐름은 아닐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사실 이런 식으로 한 업계의 ‘허리가 얇아지는’ 이야기는 리서치업계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도 대형사는 수도권 재건축이나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독식하며 호실적을 자랑하는 반면, 중소·전문 건설사들은 수주 절벽과 자금난에 시달리며 폐업이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제조업 전반에서도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대기업 생산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데, 중소기업 생산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모습이 통계로 확인되기도 한다.

자본시장은 또 어떤가. 몇몇 거대 종목으로 투자금이 쏠리면서, 정작 자금이 필요한 중소·벤처기업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우려가 거의 매일 같이 신문 지면이나 TV 뉴스에 등장한다. 

이런 흐름을 보면, ‘중견 리서치회사의 감소’라는 이야기 역시 리서치업계만의 특수한 현상이라기보다는, 여러 산업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좀 더 큰 흐름의 한 단면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업계도 그렇다니까, 우리도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갈 일은 아닐 듯싶다.

일본의 상황은 어떤가 하고 검색을 해보니, 일본 리서치업계도 많은 중소 리서치회사가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실제로 업계에서 사라지는 숫자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정말 우리나라에서도 중견 리서치회사가 감소하고 있는지, 그렇다면 과연 어떤 이유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졌다. 

먼저 느낌이나 인상만으로 판단하면 곤란하니, 피부로 체감할 수 있도록 숫자로 확인해 보기 위해 실제 매출 데이터부터 살펴보자. 국내 업계를 매년 추적해서 회사별 순위를 발표하는 자료들을 보면, 지난 몇 년간의 흐름이 꽤 뚜렷하게 드러난다.

B&K 마켓 인텔리전스가 매년 발표하는 국내 리서치회사 순위의 2025년 데이터를 기준으로 보면, 상위권 회사들의 사정은 나쁘지 않다. 한국리서치는 매출이 700억 원대를 넘어서며 전년보다 8% 성장했고, 오랜 기간 업계 1위 자리를 지켜온 칸타코리아 역시 700억 원대 초반의 매출을 유지하고, 입소스코리아와 마크로밀엠브레인도 500억 원대 매출로 안정적인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여론조사·공공조사 쪽에서는 정치 이벤트의 특수를 누린 케이스탯리서치(+21%), 넥스트리서치(+19%), 글로벌리서치(+15%) 같은 회사들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문제는 중위권이다. 같은 순위표 안에서 나란히 놓고 보면, 매출이 두 자릿수 비율로 줄어든 회사들이 유독 이 구간에 몰려 있다. 한 해 사이 매출이 30% 가까이 빠진 곳도 있고, 25%, 27% 감소한 곳들도 눈에 뛴다. 상위 10위권 안의 대형사들이나, 반대로 하위권의 특화된 소형사들과 비교했을 때, 정확히 중간층에 해당하는 회사들에서 감소 폭이 유독 크게 눈에 들어온다. 

물론 매년 순위가 바뀌고 특정 프로젝트 하나에 매출이 크게 좌우되는 업계 특성상 일회성 등락일 수도 있지만, 이런 흐름이 한 해가 아니라 몇 년째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시장 전체 규모로 봐도 비슷한 그림이 나온다. 한국조사협회(KORA)에 소속된 회원사는 대략 50여 개로, 국내 리서치 시장 전체 규모는 8천억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이 시장 규모의 상당 부분을 상위 몇 개 회사가 차지하고, 나머지 다수의 중소·중견 회사들이 남은 파이를 나눠 갖는 구조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이른바 ‘허리가 얇아지는’ 현상, 즉 대형사와 소형·특화사는 각자의 자리를 지키거나 오히려 성장하는데, 그 중간에 있는 회사들만 유독 압박을 받는 모습이 데이터로도 확인되는 셈이다.

한마디로 요약해서 말하자면 규모와 포지셔닝에 따라 희비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인력 구조를 봐도 비슷한 신호가 읽힌다. 대형사들은 매출과 함께 인당 매출 지표(직원 1인당 벌어들이는 매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편인데, 이는 규모의 경제와 브랜드 프리미엄 덕분에 가격 협상력을 어느 정도 지켜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매출이 급감한 중견 리서치회사 중 상당수는 인당 매출이 1억 원 안팎, 혹은 그보다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매출은 줄어드는데 고정비 성격이 강한 인건비는 쉽게 줄이기 어려우니, 수익성은 매출 감소폭보다 더 크게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이 한두 해가 아니라 몇 년째 누적되면, 결국 사업을 접거나 대형사에 인수되거나, 혹은 조직 규모를 대폭 줄여 사실상 중견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이탈하는 회사들이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볼 수 있다.

그러니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견 리서치회사의 감소’는 단순한 소문이 아니라 실제 매출 데이터와 업계 구조 변화로 뒷받침되는 현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정확히는 “회사 숫자 자체가 하루아침에 급격히 줄어들었다기보다는, 중간 규모 회사들의 매출과 입지가 상대적으로, 그리고 점진적으로 위축되고 있다”라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할 것 같다. 

눈에 띄게 폐업 소식이 쏟아지는 형태라기보다는, 조용히 규모가 쪼그라들거나 인수합병으로 간판이 바뀌거나, 신규 창업 대신 기존 회사에 흡수되는 식으로 서서히 중견이라는 층이 얇아지고 있는 모습에 가깝다고나 할까. 


자 그렇다면 이제 진짜 궁금한 부분, 왜 하필 중간층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를 (개인적인 견해를 포함해서) 살펴볼 차례다.

사실 리서치업계는 오랫동안 나름의 안정적인 먹이사슬을 갖고 있었다. 최상위에는 글로벌 브랜드와 방대한 데이터 자산을 가진 소수의 대형사가 있고, 그 아래에는 특정 산업이나 방법론에 강점을 지닌 중견 리서치회사들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으며, 그 아래에는 소규모 필드워크 업체나 프리랜서 리서처들이 있는 식이었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도 “이 정도 예산과 이 정도 신뢰도가 필요하면 이 회사, 좀 더 가볍게 가려면 저 회사”라는 식으로 규모별 역할 분담이 비교적 명확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이 먹이사슬의 중간 고리가 위아래에서 동시에 압박을 받으며 흔들리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 압박은 구체적으로 어디서 오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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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가장 큰 압박은 더 크게 몸집을 키우고 있는 대형사들의 위로부터의 압박이다. 글로벌 리서치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활발하게 인수합병을 하며 몸집을 키우고, 동시에 비핵심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며 조직을 슬림화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자체 데이터 자산을 통합하고, 구독형 소비자 인텔리전스 서비스로 사업 모델 자체를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실제로 한 글로벌 리서치기업은 최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고, 이를 기술 투자와 부채 축소에 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자본력은 결국 AI 기반 분석 도구 개발, 글로벌 패널 네트워크 확장, SaaS형 플랫폼 구축 등에 재투자되면서 대형사와 나머지 회사들 사이의 기술 격차를 더 벌리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회사들 역시 상위권에서는 꾸준히 매출을 늘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오랫동안 외국계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던 국내 리서치 시장에서, 토종 기업이 처음으로 매출 기준 1위에 오른 것도 최근의 일이다. 이런 대형사들은 브랜드 신뢰도, 오랜 업력에서 나오는 방법론적 노하우, 그리고 무엇보다 대형 클라이언트와의 장기 계약 관계를 무기로 삼곤 한다. 클라이언트가 ‘이 정도 규모의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곳’을 찾을 때, 결국 손이 가는 곳은 검증된 소수의 대형사인 경우가 많다.

두 번째 압력은 위가 아니라 아래로부터 가해지고 있는데, 소형이거나 특정 영역에 특화된 회사들이 저렴하고 빠른 대안들을 쏟아내면서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는 아예 조사업계 출신이 아닌 신규 플레이어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게 더해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원래 리서치와는 무관해 보였던 기업들이 자체 패널과 설문 플랫폼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 인터넷은행이 자사 앱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 서비스를 출시해 순식간에 대규모 패널을 확보하기도 했고, 유통 계열 멤버십 회사가 자체 포인트 회원 데이터와 연동한 서베이 플랫폼을 선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미디어렙 회사가 통신사의 방대한 식별 패널을 활용한 조사·광고 결합 서비스를 내놓은 사례도 있다.

이런 신규 플레이어들의 공통점은, 이미 확보하고 있던 방대한 이용자 기반을 그대로 조사 패널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리서치회사가 패널을 모집하고 관리하는 데 들이는 시간과 비용을, 이들은 이미 갖고 있는 인프라로 대체한다. 그러니 자연히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고, 기존 리서치·패널 업체들 사이의 가격 및 속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서 예전 같으면 전문 리서치회사에 의뢰해야 했던 간단한 설문조사를, 이제는 ‘DIY(Do It Yourself) 조사 툴’를 활용해서 마케터나 기획자가 직접 셀프서브 플랫폼을 통해 몇 시간 만에 설계하고 결과까지 받아볼 수 있게 됐다. 

실제로 국내 한 리서치회사는 최근 문항 수가 적은 소비자 패널 조사의 경우, 패널에게 지급하는 응답 보상 비용 정도만으로도 이용할 수 있는 셀프서브형 서비스를 내놓았다. AI가 설문 설계부터 데이터 수집, 분석까지 전 과정을 사용자와 함께 수행하는 방식인데, 이런 서비스들이 자리를 잡을수록 가볍고 빠른 조사 수요는 굳이 중견 리서치회사를 거치지 않고도 해결되는 경우가 늘어난다.

업계 위아래 쪽의 압박과 더불어 세 번째의 압박은 바로 AI와 합성 패널, 비용 구조 자체를 바꾸는 변수의 압박이다. 이 변화가 어쩌면 최근 1~2년 사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라고 생각되는데, 그중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이전 컬럼(리서치라운지 12)에서도 다루었던 ‘합성소비자(Synthetic Consumer)’와 ‘합성 패널(Synthetic Panel)’의 등장일 것이다. 

실제 응답자를 모집하는 대신, 인구통계 데이터와 행동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가상의 응답을 생성해 내는 방식인데, 이미 글로벌 리서치 업계에서는 이를 상용화한 서비스가 나왔고, 국내에서도 관련 스타트업이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직 초기 단계이고 정확도나 신뢰성에 대한 검증이 더 필요한 상황이지만, 응답자 모집이 어려운 시장이나 아이디어 검증 단계에서는 조사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런 기술은 결국 조사에 반드시 사람이 필요하고, 그 사람을 모으고 관리하는 데 상당한 비용과 노하우가 드는 전통적인 리서치 산업의 전제 자체를 흔드는 변화라 할 수 있다. 이 흐름에 올라타 자체 AI 플랫폼을 개발하고 해외 시장까지 진출하는 국내 리서치회사가 있는가 하면,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에 머물러 있는 회사도 많다. 

문제는 이런 기술 투자가 결코 저렴하지 않다는 점이다. 대형사는 자본력으로, 일부 기민한 스타트업은 처음부터 기술 중심으로 설계된 조직 구조로 이 변화에 대응할 수 있지만, 전통적인 방식의 인력과 프로세스를 오래 유지해 온 중견 규모 회사들은 이 투자 부담을 감당하기가 상대적으로 버거운 위치에 있다.

네 번째 압박은 조사를 의뢰하는 클라이언트의 변화에서 발생했다. 최근 여러 기업이 제품·서비스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자체 분석 역량을 갖추기 위해, 회사 내부에 UX 리서치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전에는 사용자 조사나 제품 테스트를 외부 리서치회사에 통째로 맡겼다면, 이제는 설계와 분석의 상당 부분을 내부 인력이 직접 수행하고, 필요한 부분만 외부 솔루션이나 전문가에게 부분적으로 의뢰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시장의 공급 방식도 다변화되고 있다. 전통적인 리서치회사의 UX 조직뿐 아니라, UX 컨설팅에 특화된 회사, 특정 솔루션에 집중한 테크기업, 패널과 서비스를 결합한 신생 플랫폼 등이 각자의 영역에서 성장하고 있다. 

결국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이 프로젝트는 우리가 내부적으로 하고”, “이 부분은 최고 수준의 대형사에 맡기고”, “이 간단한 설문은 저렴한 셀프서브 툴로 해결하자”라는 식으로 조사 예산을 잘게 나누어 배분하게 되면서, 이전처럼 “이 정도 규모의 프로젝트는 통째로 중견 리서치회사에”라는 수요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마지막으로 특정 분야 의존도가 높은 회사들의 변동성도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중견 조사회사 중 상당수는 여론조사나 특정 산업 분야에 매출을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런 회사들은 선거나 정치 이벤트가 있는 해에는 매출이 크게 뛰지만, 이벤트가 없는 해에는 급격히 줄어드는 ‘피크-밸리’ 패턴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최근 자료를 보면 대통령 탄핵이나 보궐선거 같은 정치 이벤트가 있었던 해에 관련 전문 회사들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가, 이후에는 다시 안정적인 공공 프로젝트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이런 구조적 변동성은 회사의 몸집이 작을수록, 그리고 특정 클라이언트나 특정 분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더 크게 나타나기 마련이고, 이는 곧 중견사들의 실적 등락 폭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정리해 보면, 중견 리서치회사들이 처한 상황은 아마도 다음처럼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위로는 자본과 데이터 자산을 앞세운 대형사들이 시장의 신뢰와 대형 프로젝트를 흡수하고, 아래로는 저비용·고속의 셀프서브 도구와 이업종 플레이어들이 가볍고 반복적인 수요를 가져가며, 동시에 클라이언트 기업들은 조사 역량을 내부화하며 외주 자체를 줄이고 있다. 이 세 가지 압력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예전에는 안정적으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중간 규모의 종합 서비스형 조사회사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흔히 여러 산업에서 관찰되는 ‘허리가 사라지는 현상’, 혹은 양극화 구조가 리서치 업계에서도 비슷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성장하는 중견 회사들이 있다는 점은 짚어둘 필요가 있다. 앞서 살펴본 순위표에서도 특정 산업에 특화하거나, 정치·공공 이벤트를 계기로 입지를 넓히거나, 독자적인 방법론이나 데이터 자산을 갖춘 회사들은 오히려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한다. 

결국 살아남는 중견 조사회사들의 공통점은 ‘모든 걸 다 하는 종합 리서치회사’에서 벗어나, 특정 산업이나 방법론에서 확실한 전문성을 쌓거나, 기술 투자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거나, 대형사와 소형사 사이에서 자신만의 틈새를 찾은 회사들이라는 점이다. 애매하게 모든 영역을 두루 다루면서 규모의 이점도, 민첩함의 이점도 갖지 못한 회사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있는 셈이다.

중견 리서치회사가 줄고 있다는 말은 단순한 체감이나 소문이 아니라 실제 매출 데이터와 업계 구조 변화로 확인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이걸 단순히 ‘중견 리서치회사의 위기’라고만 부르기보다는, 리서치 산업 전체가 재편되는 과정 중 하나로 보는 게 더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변화 앞에서 중견 규모 조사회사들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결국 ‘우리만 할 수 있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규모로는 대형사를, 속도와 가격으로는 신생 셀프서브 플랫폼을 이길 수 없다면, 결국 특정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 오랜 시간 쌓아온 방법론적 신뢰, 혹은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효율을 높이는 것 중 하나에서라도 확실한 차별점을 만들어내야 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


_ 이완정_『외로움의 함정』 저자/(주)조사연구컨설팅#올림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