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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Insight_21] 엄마 없인 못 살아, ‘엄미새’가 뭐길래

  •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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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세상에 나와서 만나게 되는 가장 중요한 존재는 과연 누구일까? 아마도 질문을 받게 된다면 아마 모든 사람이 입을 모아 같은 대답을 하리라 생각한다.

그 대답은, 바로 “엄마!”.

엄마는 인간의 탄생과 생존에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엄마의 자궁 안에서 잉태되어 자라나다가 세상 빛을 보게 되고, 엄마의 젖을 먹고 엄마 품에서 잠들고 엄마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한다. 물론 아빠나 다른 주변인이 엄마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온전한 대체자는 되기 어렵다. 그래서 상담심리학에서도 어린 시절 엄마의 부재가 트라우마로 작용하는 케이스를 어렵지 않게 접하게 된다. 

그러니 누군가가 “엄마 없인 못 살아!”라고 말한다고 해서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2026년 지금, 이런 마음을 담은 표현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트렌드가 되었다. 바로 ‘엄미새’.

“엄마에 미친 자녀”의 줄임말로(‘미운 우리 새끼’라는 TV프로그램을 ‘미우새’로 줄여 부르는 것과 같다), 남자에 미친 사람을 뜻하는 ‘남미새’, 여자에 미친 사람을 뜻하는 ‘여미새’에서 파생된 신조어이다.

언뜻 들으면 다소 과격하게 느껴지는 표현이지만, 실제 의미는 정반대에 가깝다. 엄마와 유독 친하고, 일상 대부분을 함께 나누며, 그 시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들을 애정을 담아 부르는 말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엄미새 트렌드가 주목받을 이유가 없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엄마는 인간에게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존재이니 당연히 자식과는 세상 어떤 존재보다도 강한 연결고리를 지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엄마라는 존재가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존재로 자리하는 시간은 영원하지는 않다. 대략 성인이 되어 독립하는 시기가 되면, 인간은 엄마(또는 부모)로부터 정서적, 경제적, 관계적으로 분리되어 독립된 개체로 사회에서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가족을 만들고 이전의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존재’였던 엄마도 다른 존재에게 자리를 내어주어야 한다. 물론 이후로는 가족이라는 관계는 유지되지만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이라는 의미에서는 자연스레 멀어지게 된다는 의미이다.

최근 엄미새 트렌드가 화제가 되는 것은 성인이 되고도 한참이나 지난 세대에서 여전히 엄마가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존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어 이전이라면 사회적 독립을 향해 나아가야 할 자녀들이, 연애보다 엄마와의 여행이 더 설레고, 친구와의 쇼핑보다 엄마와의 쇼핑이 더 편하다고 고백한다. 엄마와 커플룩을 맞춰 입고 팝업스토어를 찾거나, 단둘이 해외여행을 다녀온 기록을 SNS에 남기기도 하고, 이런 콘텐츠에는 “나도 엄미새인데 반갑다”라는 공감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걸그룹 아일릿의 원희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스스로 본인을 “완전 엄미새”라고 소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고, 최근에는 언니에 미친 ‘언미새’, 동생에 미친 ‘동미새’ 같은 변주까지 등장하면서 독립하기 이전의 원가족(Origin Family; 심리학에서 개인이 태어나서 성장한 가족, 즉 부모와 형제자매)과의 과도할 정도의 친밀성을 과시하는 것이 하나의 관계 트렌드로 자리 잡는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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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생성 이미지


흥미로운 건 세대 간 온도차이다. 과거에는 부모에게 유독 가까운 자녀를 ‘마마보이’, ‘마마걸’이라 부르며 다소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고, 독립하지 못한 미성숙함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엄미새는 다르다. 자녀가 부모와의 친밀함을 숨기기는커녕 스스로 드러내고 자랑한다는 점에서, 부모에게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관계와는 결이 다른 정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 왜 엄마와의 관계를 강조하는 엄미새라는 트렌드가 등장했을까?

이 트렌드가 단순한 유행어 하나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그 이면에 청년 세대가 처한 현실적인 조건들이 겹겹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첫째, 자녀의 독립이 늦어지고 있다. 국무조정실의 ‘2024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9~34세 청년의 절반 이상인 54.4%가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9~24세의 부모 동거 비율은 78.1%에 달했고,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 중 구체적인 독립 계획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8.0%에 그쳤다. OECD 통계를 보면 한국 20대의 부모 동거 비율은 약 81%로, OECD 평균인 약 50%를 훌쩍 웃돈다. 높은 집값과 전셋값, 취업난이 독립 시기를 자꾸만 뒤로 미루고 있는 셈이다.

둘째, 관계 맺기 자체가 피곤한 시대이기도 하다.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쌓는 과정은 즐거움도 주지만, 적잖은 시간과 감정 소모를 동반한다. 상대가 나를 얼마나 좋아할지, 관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확신할 수 없다는 데서 오는 불안감도 크다. 반면 가족이 주는 무조건적인 지지와 편안함은, 사회생활에 지친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된다. 실제로 ‘결혼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2012년 56.5%에서 2022년 36.4%로 크게 줄었는데, 이는 청년들이 관계 자체를 기피한다기보다 친밀감을 쏟는 대상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할 수 있다.

셋째, 경제적 불안이 가족 의존을 키우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3~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 가족관계 및 부모·자녀 관계 인식 조사’는 이 흐름을 숫자로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엄미새'라는 단어를 알고 있다는 응답은 전체 48.5%였는데, 10대는 55.5%, 20대는 63.0%로 젊은 세대일수록 인지도가 확연히 높았다. 가족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부모에게 의지하는 자녀'라고 인식한 비율도 10대 76.0%, 20대 59.0%에 달했고, 부모에게 가장 의지하는 영역은 경제적 지원(37.4%, 복수응답)이 1위였다. 특히 10대(69.5%)와 20대(56.8%)의 경제적 의존도가 두드러졌다. 응답자의 60.0%는 “경제 불안이 엄미새 현상을 키우고 있다”라고 답했고, 확산 이유로는 취업·경제 불안(34.5%)이 가장 많이 꼽혔으며 혼자 결정하기 어려움(31.8%), 정서적 외로움(30.5%)이 뒤를 이었다. 사회가 불안할수록 가족에 대한 의존이 강해질 것이라는 응답도 61.4%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넷째, 부모 세대 자체가 달라졌다. 40~50대 부모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교육 수준이 높고, 인터넷과 SNS, 대중문화를 자녀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소비한다. 자녀와 함께 릴스를 찍고, 여행을 떠나고, 맛집을 찾아다니는 일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세대 간 문화적 간극이 줄어들면서 부모가 훈육자에서 취향을 공유하는 친구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사회문화적인 배경이 충분하니 엄미새라는 트렌드가 형성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과연 이 트렌드를 하나의 문제적 현상으로만 바라볼 것이냐도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엄미새 트렌드를 다루는 기사들을 보면 청년의 독립 지연, 경제적 취약성, 관계 맺기의 피로감처럼 다소 우려 섞인 시선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물론 그런 배경이 실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현상을 오로지 청년 세대가 어쩔 수 없이 밀려난 결과로만 해석하는 건 절반의 진실만 보는 것일 수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지금의 부모-자녀 관계는 과거와 구조 자체가 다르다. 한 가정에 자녀가 서넛이던 시절과, 한 명이나 많아야 두 명인 지금은 부모가 자녀 한 사람에게 쏟을 수 있는 시간과 관심의 총량이 다를 수밖에 없다. 형제자매와 나눠 갖던 부모의 관심이 이제는 오롯이 한 명, 혹은 두 명에게 집중됩니다. 자연스럽게 부모와 자녀는 ‘보호자와 피보호자’를 넘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취향을 나누는 밀도 높은 관계로 발전할 여지가 커진 셈이다.

실제로 앞의 엠브레인 조사 결과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 관계 변화가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신호들을 발견할 수 있다. 부모와의 관계를 ‘베스트프렌드 같은 사이’라고 답한 비율은 전체 21.5%였는데, 10대는 30.5%, 20대는 26.1%로 평균보다 높았다. 자녀를 둔 응답자의 84.6%는 자녀와의 관계가 가깝다고 답했고, 부모와 자녀가 가장 많이 나누는 대화는 ‘일상 공유(71.2%)’였습니다. 과거의 부모-자녀 관계가 훈육과 통제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일상과 취향을 나누는 수평적 관계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다.

이상적인 부모·자녀 관계를 묻는 질문에서도 ‘깊은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정서적 안전기지’가 43.1%로 가장 많이 꼽혔고, ‘독립적으로 생활하되 필요할 때 언제든 연결되는 느슨하지만 단단한 관계’가 35.8%로 뒤를 이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응답자의 58.7%가 가족 사이에도 적절한 거리감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부모와 너무 가까우면 독립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데도 절반 이상(50.8%)이 공감했다는 점이다. 즉 엄미새는 부모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무조건적 의존이라기보다, 불안한 시대 속에서 부모를 가장 믿을 수 있는 정서적 안전망으로 삼으면서도 동시에 독립성과 균형을 잃지 않으려는, 세대가 나름대로 찾아낸 관계 방정식에 가깝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엄미새 현상은 사회적으로 오히려 안정감을 더하는 요소로 읽을 수도 있다. 청년들이 극심한 취업난과 경제적 불확실성, 관계 피로감 속에서도 완전히 고립되지 않고 기댈 수 있는 관계망을 확보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서적 지지 기반이 튼튼한 사람일수록 사회적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탄력성이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형식적인 효도나 의무감이 아니라, 진심으로 즐겁고 편해서 부모와 시간을 보내는 관계라면 이는 세대 갈등이 아니라 오히려 세대 간 유대가 강화되는 신호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실제로 엠브레인의 조사에서도 젊은 층의 28.8%는 엄미새 트렌드를 ‘유쾌한 밈 문화’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다만 40~50대에서는 ‘부모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상’이라는 응답이 각각 31.5%, 35.0%로 나타나 세대 간 시각차도 여전히 존재한다.)

물론 이 관계가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친밀함과 독립성 사이의 균형이 전제되어야 한다. 부모에게 정서적으로 기대는 것과,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삶의 영역을 지켜나가는 것은 얼마든지 양립할 수 있다. 조사에서도 청년들은 부모를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안전망으로 여기면서도, 진로와 연애, 생활방식만큼은 존중받기를 원한다는 결과가 함께 나타났다. 엄미새를 무조건 미화할 필요도, 무조건 걱정할 필요도 없는 이유이다.


엄미새 현상이 주목을 받고 있으니 시장이 이를 놓칠 리가 없다. 기업과 기관들은 엄미새가 특히 엄마와 딸과의 관계에서 확연히 드러난다는 것을 포착하고, ‘가족’이라는 넓고 막연한 타깃 대신 ‘모녀’라는 구체적이고 선명한 관계를 겨냥한 마케팅이 속속 전개하고 있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것은 풀무원이었다. 풀무원은 어버이날을 맞아 모녀 전용 1박 2일 체험 프로그램인 ‘스테이풀무원’을 운영하면서, 대상을 가족 일반이 아닌 모녀로 좁혔다. 두부 만들기, 싱잉볼 명상, 전문 작가의 모녀 스냅 촬영 등 프로그램 구성 자체를 ‘엄마와 딸이 함께 남기는 추억’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었고, 효도나 봉양이라는 무거운 프레임 대신, 함께 즐기는 취미 활동이라는 가벼운 형태로 접근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패션 브랜드 찰스앤키스는 신조어를 그대로 끌어온 어버이날 이벤트 문구인 “모든 엄미새들을 응원합니다”로 눈길을 끌었다. 신조어를 별다른 가공 없이 그대로 광고 카피에 활용해, 엄마 덕질이라는 정서를 하나의 놀이 문화로 정의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당연히 엄미새 현상은 SNS 콘텐츠에도 영향을 미쳤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는 몇 가지 문항에 답하면 ‘엄미새 지수’를 점수로 환산해 주는 ‘엄미새 테스트’ 콘텐츠가 큰 관심을 받았다. “12점 만점, 엄마 없이 못 살겠다!”와 같은 댓글이 이어지며 자발적인 공유와 확산을 이끌어 내면서 조회수를 끌어 올렸다. 

2인 1조로 설계된 경험을 제공하는 엄미새 관련 포토부스나 굿즈도 선보였다. 홍대 등지의 즉석사진 부스에서는 머리띠나 소품을 맞춰 쓰고 포즈를 취하는 모녀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커플룩을 맞춰 입고 팝업스토어나 공연장을 찾는 모녀도 늘고 있다. 이는 브랜드가 별도로 기획하지 않아도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만들어내는 마케팅 자산이지만, 최근에는 브랜드들이 이런 흐름을 읽고 1인용이 아닌 2인 세트 구성의 상품이나 포토존을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메시지를 ‘한 사람’이 아니라 ‘함께할 장면’을 중심으로 다시 짜는 것이 핵심이다.

위의 마케팅 사례의 공통점은 명확해 보인다. 

첫째는 타깃을 개인이 아니라 관계 단위로 잡는다는 것, 둘째로는 효도라는 의무의 언어 대신 동질감과 취향 공유라는 즐거움의 언어를 쓴다는 것, 그리고 셋째로 그 경험을 SNS에 자랑하고 싶게 만드는 장치를 심어둔다는 것이다. 엄미새는 소비자가 스스로 만들어낸 정체성이기 때문에, 브랜드가 이를 억지로 만들어내려 하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정서를 정확히 포착해 무대를 마련해주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으로 통하고 있는 셈이다.


엄미새 트렌드에는 분명 부정적인 사회 압력이 압축되어 담겨있지만, 청년 세대가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도 자신을 지탱해 줄 견고한 관계를 스스로 찾아내고,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드러내고 있다는 긍정적인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엄미새 트렌드가 보여주는 친밀함과 독립성은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다. 오히려 안정적인 정서적 기반이 있을 때 더 건강한 독립이 가능하다는 것을, 엄미새 트렌드는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하나. 딸바보 대표라고 불리는 입장에서 보자면, 왜 ‘엄미새’는 있는데 ‘아미새(아빠에 미친 자녀)’란 표현은 없는지. 그만큼 아빠라는 존재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혹여 옅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조금 섭섭하기도 하다.


_ 박규상_사회정보학 박사/(주)조사연구컨설팅#올림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