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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Lounge] 사회적 고립, 조사도 연결이다

  •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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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Insight는 주목할 만한 사회와 시대의 흐름을 다양한 관점에서 함께 풀어내는 칼럼입니다격주로 여러분과 만나볼 칼럼 Trend Insight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Research Lounge] 사회적 고립, 조사도 연결이다


차가움이 피부로 스며드는 겨울이 되면 사람들과 나누는 정이 더 그리워진다. ‘따뜻한 정’이라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것처럼, 맞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체온의 따뜻함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이 필요한 겨울, 더 사람이 그리워진다. 함께 하는 긍정성이 더욱 그리워진다.

겨울 추위가 문을 열고 들어서던 2025년 12월 초, 수도권의 한 지자체가 ㈜조사연구컨설팅 올림에 의뢰하여 진행한 ‘고립 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 발표회를 위해 출장을 다녀왔다. 최근에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주제라 그런지 지자체 내부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관계자들이 참석해 주었다.

‘사회적 고립’하면 일반 대중은 가장 먼저 고독사를 떠올릴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2025년 11월 27일 공개한 ‘2024년도 고독사 발생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고독사 사망자는 3,924명으로 2023년보다 7.2% 증가했다. 인구 10만 명당 발생 건수는 7.7명으로, 전체 사망자 100명당 고독사 비율은 1.09명이다. 100명 중 한 명은 고독사로 사망한다는 말이니 정말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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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보건복지부, ‘2024년도 고독사 발생 실태조사’, 2025년

 *image:‘Helpless’icon by Lars Meiertoberens from the Noun Project


국민권익위원회가 2025년 12월 2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국민정책 참여 플랫폼 ‘국민생각함’을 통해 3,2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6.7%가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매우 심각’하거나 ‘심각하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어쩌면 고독사와 은둔형 외톨이는 외로움의 부정성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정부도 이 문제를 두고 볼 수만은 없어 2026년에 전국 단위의 ‘사회적 고립 실태조사’를 실시해 위험군 규모와 특성을 정밀 파악하고, 고독사 예방 사업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리고 청년·중장년·노인 등 생애 단계별 맞춤 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고독사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는 ‘고독사위기대응시스템’도 2026년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사회적 고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고려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을 때였다. 서울시의 관련 프로젝트와 자문회의 등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했고, 사회적 고립에 대한 개인적 생각과 의견을 정리하여 『외로움의 함정』을 출간했는데, 내내 머리를 맴도는 것은 ‘왜 고립이나 은둔 상태에 빠지는가?’였다.

우리는 흔히 사회적 고립은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의 따돌림이나, 개인적 성향, 아니면 부모의 학대나 경제적 어려움, 신체적 장애 등 특정한 하나나 두 개의 요인이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립이나 은둔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일단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도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일상에서의 가벼운 외로움을 느끼는 상황에서 출발한다. 일상적 외로움은 쉽게 해결될 수 있으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상을 흔드는 사건이나 사고, 또는 인식의 변화가 발생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심화적 외로움의 단계는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사회생활을 하기 힘들지만 고립된 상태는 아니다. 하지만 다시 무언가의 사건, 사고, 생활의 변화가 일어나면 사회적 고립이 일어난다. 사건이나 사고가 반복된다면 고립적 단계로 나아가는 속도와 힘이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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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이완정, 『외로움의 함정』, 46쪽, 더디퍼런스, 2025


그렇기에 개인의 신체적, 심리적 특성과 경향, 다양한 사건과 사고, 그리고 사건과 사고를 바라보는 인식 등 정말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고립적 단계에 접어들고 머물게 된다.

이번에 올림에서 실시한 ‘고립 은둔 청년 실태조사’에서는 고립 은둔 청년들을 대상으로 포커스그룹인터뷰(FGI)를 진행했는데, 여기에서도 복합적 원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30대 초반의 한 여성은 이렇게 말해주었다.

“우리가 고립이나 은둔을 선택하는 건 단 한 번의 상처 때문이 아니라는 거를 진짜 다른 사람들에게 정말 다 얘기해 주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의지가 약하고 한심하고 정신력이 약해서 그렇다고 우리를 한심하게 여길지도 모르지만, 많은 계기 중에서 하나만 선택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예요. 고립, 은둔을 선택하는 이유는, 그 이유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에요.”

병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제거하면 병이 낫는다. 모두가 이렇게 생각하니 고립의 원인을 찾아내서 해결하면 고립의 문제도 해결되리라 쉽게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사건, 사고, 인식 등이 얽혀 있다 보니 접근이 쉽지는 않다.

그래서 고립과 은둔의 계기를 복합적으로 바라보고, 장기간의 사건과 사고가 중첩되어 발생한다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한 사람의 고립과 은둔을 진단할 때도 개인 기질과 특성, 학교 환경과 교우 관계, 가정환경과 부모와의 관계, 경제환경, 질환관련 요인, 주변 사회공동체의 특성, 국가나 시대의 시스템 특성 등을 다각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누군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를 진행하면서도 고립 청년과 부모들은 인터뷰가 끝날 때쯤 이런 말들을 해주곤 했다. 

“사실 저희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혼자서 힘들었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한테 이야기 해봤자 이해해 주지 못할 거라 생각했기도 하고, 실제로 이야기를 했는데 전혀 통하지 않기도 했거든요. 이렇게 저희를 인터뷰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네요. 인터뷰 시간 내내 제가 뭔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사람과 대화하는 게 괜찮은 일이라는 느낌도 들었어요. 감사합니다.”

고립을 푸는 것은 결국 연결일 수밖에 없다. 조사라는 명목일지라도, 그들과 내가 한 시공간에서 연결되었기에 그들의 고립을 조금이라도 다독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해보는 겨울이다.


_ 이완정_『외로움의 함정』 저자/(주)조사연구컨설팅#올림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