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Lounge_5] 인사이트 산업화라는 대지진에서 살아남기
지난 리서치 라운지 컬럼에 인사이트 산업을 소개했더니 조사업계와 관련이 있는 지인에게서 문자가 왔다.
“재미있는 컬럼이어서 잘 읽어봤어요. 그런데 구체적으로는 인사이트 산업에 해당하는 기업이 어떤 것이고, 또 지금 현재의 소규모 시장조사 회사들은 그럼 어떤 노력을 해야 인사이트 산업의 변화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궁금한데요.”
지인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자면 보고서 하나를 써야 하는 지경에 이르겠지만, 대략적으로나마 대답을 할 수 있으면 어떨까 한다.
먼저 리서치 산업이 인사이트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고 또 전환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은 일본이 아닌 유럽이다. 세계최대 규모의 마케팅/시장조사업계의 국제단체인 ESOMAR(유럽마케팅여론조사협회, European Society for Opinion and Marketing Research)가 2020년 발표한 ‘Global Market Research 2020’에서, 업계 정의를 다시 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전제한 후, 기존의 마케팅 리서치 업계뿐만 아니라, 디지털 데이터 분석과 수집을 하는 기업이나 컨설팅과 리포팅(reporting) 기업까지 포함한 업계 통계를 발표했다.
그리고 이렇게 마케팅을 포함한 경영 활동과 관련하여 기업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서비스 전체를 ‘인사이트 산업’이라는 범주로 다루기 시작했다. 이후 ESOMAR의 모든 통계와 보고서는 인사이트 산업 전체를 다루고 있다.
ESOMAR은 인사이트 산업을 8개의 서브세그먼트로 구성되어 있다고 정의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인터뷰 중심의 정성조사와 설문조사로 대표되는 정량조사의 실시/집계/분석을 하는 ‘기존 시장 조사’와 함께, 주로 인터넷 조사에서 이용하는 ‘샘플 패널 제공’의 세그먼트의 기업들이 리서치 업계의 핵심 플레이어였다. 이 두 세그먼트는 이미 확립된 전통적 조사기법 등을 활용하는 플레이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점차 ‘테크놀로지 주도 조사’와 ‘리포팅’ 세그먼트의 영역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특히 ‘테크놀로지 주도 조사’는 주로 인터넷을 통해 수집한 소비자나 고객의 로그 테이터는 물론, 기존의 시장 조사로 수집된 데이터의 보관, 통합, 추출, 분석을 포함하여, 광고 등 마케팅 활동으로 이용 가능한 IT 기술이나 플랫폼의 개발과 판매도 주도하고 있다.
‘리포팅’은 주로 컨설팅 회사의 전략 입안 업무나 싱크탱크 조사연구 업무와 함께 전문 조사기관의 특정 업계 보고서 판매 등을 말한다.
ESOMAR는 2022년도 기준으로 인사이트 산업 시장규모의 구성비가, ‘기존 시장 조사’의 시장규모 구성비는 40.0%, 그리고 새로운 세그먼트인 ‘테크놀로지 주도 조사’와 ‘리포팅’이 60.0%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향후 테크놀로지 주도 조사 중에서도 ‘소셜 리스닝/커뮤니티’와 ‘디지털 데이터 분석’의 구성비가 계속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ESOMAR이 정의하는 인사이트 산업의 서브 세그먼트 >

* 출처: ESOMAR, “Continued Evolution of Insight Industry”(Nov. 2020)
결국, 인사이트 산업에서는 위에서 말한 모든 세그먼트의 기업들이 경쟁자가 되어 고객 기업 또는 기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 특히 AI와 IT의 발달로 영역 간의 장벽도 낮아지면서 합종연횡의 모습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대기업을 비롯한 많은 기업이 외부에 맡기고 있었던 시장 조사 업무를 내부 조직으로 구축하기도 하여 시장 조사 회사는 기존의 시장 조사 영역만으로는 사업 확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시장 조사 회사들이 지향해야 하는 방향은, 오랫동안 강점으로 가져온 정성조사와 정량조사의 실행력과 분석력을 기반으로 ‘테크놀로지 주도 조사’와 ‘리포팅’ 세그먼트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리포팅 세그먼트를 생각해 보면, 현재 시장 조사 회사가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맥킨지와 같은 컨설팅 기업이나, 오랜 기간 전문 영역의 리포팅 업무에 특화되어 있던 JD Power와 같이 국제적 기업에 비해 열위에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들과 같은 산업에 속하기는 하지만 경쟁력에서는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만일 리포팅 세그먼트로 사업을 확대한다면, 경쟁력을 지닐 수 있는 특정 분야를 개척하거나, 대중의 주목과 관심을 끌 수 있는 사회적 이슈를 발굴하여 이를 비즈니스로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리포팅 세그먼트로의 확대보다 시장 조사 회사가 더 신경 써야 할 점은 테크놀로지 주도 조사 세그먼트로의 사업 확대이다.
AI와 IT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모든 인사이트 산업 참여 기업은 피해 갈 수 없는 선택지가 될 수밖에 없다. 이 선택지에는 IT를 활용한 조사와 분석 기법, 플랫폼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지닌 인재의 확보는 물론 일정 규모의 투자도 필요할 것이다. 물론 테크놀로지 주도의 조사가 가능한 기업이나 기관과 협업한다면 조금 이른 시간에 인사이트 산업에 진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분야로 가는 길은 힘들다. 특히 규모도 작고 인력도 많지 않은 조직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작으니 유연하게,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소규모 시장 조사 회사가 인사이트 산업화의 파도에서 생존하는 전략은 어떤 것일까?
우선, 수동적 프로젝트 실행자에서 벗어나 선행적으로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할 질문을 설계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강점을 ‘니치’와 ‘도메인 지식’에 집중해야 한다. 다시 말해 특정한 영역에서는 대체 불가능한 전문가가 되어 명확한 포지션을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AI를 활용하여 인사이트에 업무가 집중되도록 하고, 스토리텔링 역량을 배양해야 할 것이다.
* 2회에 걸친 원고 바탕의 AI 생성 이미지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란 말이 있다. 살아남는다는 건 환경 변화에 적응한다는 의미이다. 같은 환경 변화에 지구 상의 생명들이 각자의 모습으로 적응하여 진화했듯이, 소규모 시장조사 회사도 살아남을 수 있는 체질과 체력, 그리고 전문성을 갖춘다면 인사이트 산업화는 어쩌면 다시없는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_ 박규상_(주)조사연구컨설팅#올림 전문위원



